[경쟁출품] 2020 BISFF '한국경쟁 선정작'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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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선정의 변
총 21명(해외 6명, 국내 15명)으로 구성된 제37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예심위원들은 총 2개월 동안 593편의 작품을 심사하였고 이를 통해 19편의 작품을 최종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부산국제단편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심사는 국제경쟁 부문 심사와 동일하게 1차, 2차 예심 그리고 3차 최종 예심으로 구성되면서 심사 과정이 한 차례 추가되었습니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는 예심 과정의 세밀화를 통해 심사의 정확성, 공정성, 다원성을 증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올해 한국경쟁에 출품된 593편 한국 단편영화의 장르별 분포를 살펴보면 극영화 82%, 다큐멘터리 7%, 애니메이션 6% 그리고 실험영화 5%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국제경쟁 부문과 유사하게 극영화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으며, 기타 장르 영화의 비율은 전체 출품작의 1/5 수준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 단편영화의 극영화 비율은 국제경쟁 부문의 비율을 상회하며 한국 단편영화의 극영화 쏠림 현상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경쟁 부문 출품작은 러닝타임을 경계로 일종의 경향을 드러내고 있음을 이번 예심과정을 통해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러닝타임이 긴 작품들보다 상대적으로 짧은 작품들이 주제나 연출의 확장성은 물론이고 양질의 아이디어나 높은 창의성 등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에 반해 러닝타임이 긴 작품들에서는 유사한 상황이나 동일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학교에서의 따돌림, 가족 내에서의 갈등과 화합, 한국 사회의 비인간적 상황, 젠더, 이민, 재취업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는 이 작품들은 주제의 엄중함에도 불구하고 단편영화로서의 모습보다는 독립 장편영화와의 유사성을 보입니다. 이 작품들은 실험성보다는 안정성을 추구하면서, 작품 간의 유사성이 증대되며 결국 개별 작품에서 고유함과 독립성이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이는 높은 예술성과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단편영화가 세계의 유수한 영화제들에서 여전히 큰 각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중요한 원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단편영화의 국제적 확장성을 위해서도 작품의 러닝타임과 형식의 실험성에 대한 창작자의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국경쟁 부문 예심위원들은 ‘단편다움’과 ‘문제의식’이라는 부산국제단편영화제의 고유한 심사 원칙에 따라 작품을 심사하였습니다. 장편영화의 습작이 아닌 독립적이고 완결성을 담보할 작품을 찾고자 했으며, 이런 특질이 보이는 작품에게 관객과 만날 기회를 주고자 하였습니다. 작품을 통해 세상과의 소통을 추구하고, 손쉬운 익숙함보다는 어렵지만 고유한 자신의 방식을 택하는 영화를 발견하였습니다.
좁고 험난하며 다른 사람이 가지 않던 길을 걸어가고, 헤아릴 수 없는 불면의 밤을 보냈을 모든 창작자에게 마음 깊이 치하를 드립니다. 저희 예심위원들은 출품된 모든 작품 속에서 창작 과정의 외로움을 보았으며 이는 우리에게 예술과 삶에 대한 창작자의 질문을 목도한 뜻 깊은 순간이었습니다.
제37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예심위원 일동
* 한국경쟁 부문 선정작 19편 (가나다 순)